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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주 폭락 (현황, 정정공시, 옥석가리기)

by orange9880 2026. 6. 24.

송전탑과송전선이미지

전력주가 갑자기 반토막 나는 걸 보면서 이런 생각 드신 적 없으셨습니까. 혹시 처음부터 다 거품이었던 건 아닐까. 저도 솔직히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직접 파고들어 보니, 이건 거품 붕괴가 아니라 과열된 기대가 정상화되는 과정에 가까웠습니다.

현황, 전력주는 왜 그렇게 올랐나, 그리고 왜 빠졌나

전력주가 폭등했던 이유는 사실 단순합니다. AI 데이터 센터 때문입니다. 챗GPT 같은 인공지능 서비스를 돌리는 서버는 일반 서버보다 전력 소비량이 훨씬 큽니다. 서버는 빠르게 늘릴 수 있지만, 전기를 실어 나르는 송전망(Transmission Grid)이나 변압기, 차단기 같은 전력 인프라는 그만큼 빠르게 늘릴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 송전망이란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멀리 떨어진 소비지까지 고압으로 전달하는 전력 네트워크를 말합니다. 서버는 있는데 전기를 못 넣는 상황이 생기기 시작하자, 시장은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 ELECTRIC 같은 전력기기 회사들과 대한전선, LS에코에너지 같은 전선 회사들에 주목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6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 센터 전력 소비량은 2022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출처: IEA). 이 수치가 시장에 퍼지면서 전력주는 빠르게 달아올랐고, 대한전선은 2,500원대에서 7,000원대까지, LS ELECTRIC은 12만 원대에서 33만 원대까지 오르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렇게 짧은 시간에 두세 배씩 오르면 반드시 부담이 따릅니다. 먼저 산 사람은 수익을 실현하고 싶고, 새로 들어가려는 사람은 가격이 부담스럽습니다. 거기에 AI 모델 경량화 흐름이 맞물리면서 "AI가 생각보다 전기를 덜 쓸 수도 있겠다"는 재계산이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가 지금 당장 실적으로 찍히는 반도체 쪽으로 자금이 옮겨갔습니다. 여기서 HBM이란 AI 연산에 최적화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로, AI 서버 한 대에 수십 개씩 들어가는 핵심 부품입니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겹치면서 전력주는 단기간에 크게 밀렸습니다.

정정 공시, 진짜 문제는 뭔가

이 타이밍에 LS 1조 원 공시 정정 이슈가 터지면서 시장은 더 흔들렸습니다. "전력주 수주 잔고가 다 부풀려진 거 아니야"라는 말이 나왔고, 저도 처음엔 그게 꽤 신경 쓰였습니다. 수주 잔고(Order Backlog)란 기업이 이미 계약을 맺었지만 아직 납품하지 않은 일감의 총합을 뜻합니다. 이 숫자가 높을수록 앞으로 들어올 매출이 많다는 의미라서 투자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지표입니다.

그런데 내용을 뜯어보니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LS 지주 회사가 자회사인 LS메카피온의 수주 실적을 공시에 옮기는 과정에서 단위 착오가 생겼습니다. 원래 154억 원 규모였던 것이 1조 5,445억 원으로 적힌 겁니다. 100만 원 단위로 표기된 숫자를 억 원 단위로 인식한 것입니다. 실제 수주가 사라진 게 아니라 처음부터 숫자를 잘못 옮긴 행정 착오였습니다. LS ELECTRIC의 본업 수주 잔고가 갑자기 증발한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물론 공시 실수 자체는 투자자 신뢰를 흔들 수 있습니다. 그 점에서 아쉬운 건 맞습니다. 하지만 이걸 두고 전력주 실적 전체가 허구였다고 확대 해석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상황에서는 팩트를 먼저 확인하고 판단을 내려야지, 시장 분위기에 끌려가면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편 이 시기에 대한전선은 사법 리스크도 부각됐습니다. LS전선의 해저 케이블 기술을 유출했다는 의혹으로 관계자들이 검찰에 송치된 사건입니다. 수조 원짜리 전력망 사업을 앞두고 발주처가 이런 리스크를 어떻게 볼지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같은 전선주라도 이런 외부 리스크 유무에 따라 주가가 달리 움직이는 이유입니다.

옥석 가리기, 지금 전력주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걸러야 하는가

저는 전력주가 장기적으로 유망한 산업이라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봅니다. 미국의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는 사라지지 않았고, AI 데이터 센터 투자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효성중공업의 일본 ESS(에너지저장시스템) 사업, HD현대일렉트릭의 미국 텍사스 BESS(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 진출, LS ELECTRIC의 미국 데이터 센터용 배전반 공급 같은 해외 성과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서 BESS란 배터리를 이용해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대형 에너지저장 설비를 말합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전력 인프라 투자 규모는 203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추정됩니다(출처: EIA). 이 수요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에서, 업황 자체가 무너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제부터는 전력주 전체를 하나로 묶어서 보면 안 됩니다. 조정이 시작되면 시장은 더 까다롭게 따집니다. 지금 전력주를 볼 때 점검해야 할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실제 해외 고객에게 수주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 수주 잔고가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실제 연결되고 있는지
  • 밸류에이션(기업이 버는 돈 대비 주가 수준)이 과도하게 높지는 않은지
  • 공시 신뢰 문제나 사법 리스크 같은 외부 변수가 없는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전력주라는 테마가 오르면 다 같이 올라갈 줄 알았는데, 실제로 들여다보니 같은 업종 안에서도 진짜 실적이 있는 회사와 테마만 올라탄 회사는 이미 차이가 나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전력주 폭락이 업황의 끝이라기보다 선별의 시작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주가가 빠졌다는 사실만 보고 좋은 회사를 버리거나, 반대로 무너지고 있는 회사를 무작정 저가매수하는 두 가지 실수 모두 경계가 필요합니다. 지금 이 구간이 오히려 진짜 전력주를 제대로 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6k58imZqcp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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