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무례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법(손잡이, 패, 흐름)

orange9880 2026. 10. 28. 15:20

목차


    무례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법 책표지
    무례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법 표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하와이 대저택 때문이었습니다. 하와이 대저택은 제가 좋아하는 유튜버 중 한 명이라, 그가 옮긴 책이라는 것만으로 바로 구매했습니다.

    하와이 대저택 채널에는 매일 새벽 6시면 어김없이 새 영상이 올라오는데, 하루를 시작하며 그 영상을 듣는 것이 어느새 제 아침 습관이 되었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꾸준히 영상을 올린다는 것 자체가, 그가 말하는 대로 사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그가 옮긴 책이라는 것만으로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쳤을 때 솔직한 마음은 '아, 뻔한 내용이네'였습니다. 서점 자기계발 코너에서 수없이 본 이야기들이었으니까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쇼펜하우어가 직접 옮겼고 니체까지 높이 평가한 책이 400년 가까이 되풀이되어 왔다는 건 그만큼 오랫동안 살아남은 문장들만 모여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두 문장짜리 격언이 모여 있는 구성이라,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싫은 날 침대맡에 두고 한두 장씩 읽다 잠들기 좋은 책입니다. 짧은 문장이지만 그 문장 하나에 멈춰 한참 생각하다 잠드는 기분이 참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손잡이가 없는 인간이 되는 법

     

    "손잡이가 없는 인간이 되라." 첫 번째 파트부터 독특한 표현이 나옵니다. 컵이나 칼에 손잡이가 있어 누구나 제멋대로 쥐고 휘두를 수 있듯이, 사람에게 손잡이란 약점이나 뻔한 구석을 말합니다. 나의 가치를 아끼고 아껴 자존을 지키는 가장 위대한 방법은 이 손잡이를 줄여 나가는 것입니다.

     

    돌아보면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길 바라는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지금 맡고 있는 동문 모임의 총무 자리도, 업무 중 갑작스러운 부탁도 싫은 내색 없이 떠안다 보니 정작 제 시간과 에너지는 늘 뒷전이었습니다. 부탁을 들어줄 때는 잠깐 뿌듯했지만, 하루를 마치고 나면 허탈함이 남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라시안은 거절이 나를 지키면서 관계를 오래 가게 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거절하는 법을 익히는 것도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 시간과 에너지를 어디에 쓸지 스스로 정하기 위한 거절을 시작하는 것, 그것이 손잡이가 없는 사람이 되는 첫걸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패를 보여주지 않는 사람

     

    "패를 보여주는 순간, 당신은 지배당한다." 그라시안이 말하는 패란 내가 하고 있는 것, 그리고 내 목표를 말합니다. 그는 항상 말을 아끼고, 능력도 다 보여주지 말고, 늘 조금의 여백을 남겨두라고 말합니다.

     

    저 역시 투자를 하다 보니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한동안 수익이 좋던 시기에는 기분 좋은 게 티가 났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싶어 은근슬쩍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투자를 하고 있는지, 어떤 종목을 가지고 있는지 듣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하지만 주가가 떨어지고 경제 기사에도 안 좋은 소식들이 올라오는 시기가 되자, 그 이야기들은 고스란히 훈수와 걱정으로 돌아왔습니다. 투자를 시작할 때부터 이런 시기도 반드시 온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속은 쓰렸고 주변의 평가에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제 패를 보여준 대가였던 것입니다.

     

    시대의 흐름에 올라타기

     

    "시대를 탓하며 주저앉지 말고, 그 흐름에 올라타라." 4부를 읽으며 가장 오래 머문 문장입니다. 솔직히 성공한 경제 전문가나 유튜버들을 보면서, 내가 그 시기에 투자했다면, 나도 그 시절에 집을 샀다면 누구나 부자가 되어 있을 텐데 지금은 끝났다며 쉽게 시기를 탓한 적이 많았습니다.

    국제 유가가 오르며 증시가 크게 떨어졌고, 제 계좌도 파랗게 물들었습니다. 하필 내가 투자하는 시기에 이러다니 하는 원망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그라시안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시대에 태어날 수는 없으며, 진짜 지혜로운 사람은 '지금, 여기'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정직한 씨를 뿌리다 보면 언젠가 숲을 이룰 수 있습니다. 압도적인 성취는 지금 이 순간에 만들어집니다. 이 책을 보며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파랗게 물든 계좌 앞에서 시기를 원망하기보다, 오늘 내가 뿌릴 수 있는 씨앗 하나를 먼저 심어보려 합니다. 그 씨앗이 언젠가 숲이 될 거라 믿으면서요.

     

     

    책을 덮고 나니 처음에 목차만 보고 '뻔하다'고 생각했던 게 조금 부끄러워졌습니다. 다 아는 이야기였던 건 맞지만, 다 지키며 살아온 이야기는 아니었으니까요.

    400년을 살아남은 문장들은 결국 남을 이기는 법이 아니라, 끝까지 나 자신을 지키고 나 자신으로 남는 법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별점: ★★★☆☆ (3/5)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jsLsms306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