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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강의 때문에 신세계 본점을 찾았다가 조금 흥미로운 장면을 봤습니다. 예전에 이용했던 아카데미 강의실이 다른 건물로 옮겨져 있었고, 그 공간은 매장으로 활용되고 있었습니다.매장을 조금이라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변화를 직접 보니 최근 백화점 업계의 분위기가 예전과는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숫자로 보는 실적도 중요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나타나는 변화 역시 유통업을 이해하는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2026년 유통업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의 실적과 소비 변화를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유통주 투자, 인바운드 소비가 핵심변수
솔직히 말하면 저도 지난 2~3년간 유통주는 관심 종목 바깥에 두고 있었습니다. AI 반도체가 시장을 달구는 동안 백화점이나 편의점은 그냥 '내수 저성장 채널'이라는 꼬리표가 당연하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신세계 본점 방문 이후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강의실을 옆 건물로 내보내면서까지 매장 면적을 넓힌다는 건, 그만큼 그 공간이 돈이 된다는 뜻이니까요. 실제로 2026년 2분기 신세계 명동 본점의 전년 대비 매출 성장률은 77%를 기록했습니다. 단일 점포가 1년 만에 77% 성장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숫자인가 싶었는데, 직접 가보니 납득이 됐습니다.
이 성장을 이끈 핵심 변수는 인바운드(inbound) 소비입니다. 여기서 인바운드 소비란 외국인이 국내에 들어와서 지출하는 소비를 의미하는데, 수출과 구조적으로 같은 효과를 냅니다. 물건을 밖으로 보내는 대신 사람이 들어와서 돈을 쓰는 방식이죠. 2026년 상반기 기준 외국인 입국자 수는 전년 대비 19% 증가했는데, 그들이 국내에서 쓴 돈은 50% 이상 늘었습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머릿수보다 지갑이 훨씬 빠르게 커진 셈입니다.
이 배경에는 원달러 환율이 있습니다. 1,400원대 환율이 유지되면서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이 사실상 할인된 쇼핑 목적지가 된 것입니다. 같은 명품을 본국보다 10~15%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데다, 젠틀몬스터 같은 국내 로컬 브랜드나 노스페이스·아크테릭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도 환율 효과와 맞물리면서 외국인 구매가 급증했습니다. 2분기 백화점 3사의 외국인 매출 증가율은 신세계 150%, 롯데 100%, 현대백화점 70%로 집계됐습니다.
백화점 실적, 이미 달라졌고, 편의점은 이제 시작이다
제가 이번에 실적 데이터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백화점 3사의 영업이익 증가율이었습니다. 신세계 53%, 롯데 78%, 현대백화점 59%. 거기에 기존점 성장률이 평균 15%라는 숫자까지 보고 나서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대기업 유통사가 15% 성장한다는 건 통상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거든요.
이 수치를 가능하게 만든 건 객단가(average transaction value) 상승입니다. 객단가란 고객 한 명이 한 번의 구매에서 지출하는 평균 금액을 뜻하는데, 명품이 30~40%, 주얼리·시계류가 50~60% 성장하면서 전체 마진 구조를 끌어올렸습니다. 비싼 게 많이 팔리면 매출보다 이익이 더 빠르게 늘어나는 원리입니다.
더 흥미로운 건 편의점입니다. GS리테일의 2분기 기존점 매출 성장률은 7%를 기록했는데, 코로나 이후 처음 나온 수준입니다. 여기에 이른 더위로 고마진 음료 판매가 늘면서 성수기 효과가 2분기까지 당겨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더 주목한 건 편의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이 이제 막 3%를 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일본 사례를 보면 왜 이게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이세탄·다카시마야 같은 일본 백화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2023년 5%에서 2024년 15%로 뛰었고, 그 기간 주가는 세 배에서 네 배 올랐습니다(출처: 닛케이신문). 국내 백화점은 현재 외국인 매출 비중이 8%를 넘어선 상태입니다. 편의점은 3%에서 이제 막 올라가기 시작한 시점이고요.
채널별로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백화점: 외국인 매출 비중 8% 돌파, 이미 밸류에이션 리레이팅(rerating) 진행 중. 리레이팅이란 시장이 특정 기업이나 섹터에 부여하는 적정 주가 배수(PER, PBR)를 상향 조정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 편의점: 외국인 매출 비중 3%, 백화점보다 약 2~3년 뒤처진 초입 단계
- 대형마트: 홈플러스 구조조정 반사이익으로 이마트·롯데마트 기존점 성장률 7월에 두 자리 수 달성
- 이커머스: 쿠팡이 처음으로 시장 평균 성장률을 하회, 네이버쇼핑이 버티컬 입점 전략으로 상대적 우위
그래서 나라면 어떤 종목을 선택할까
제가 실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현대백화점을 가장 먼저 살펴볼 것 같습니다. 2026년 예상 PER(주가수익비율,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배수로 시장이 이익 1원에 얼마를 지불하는지 나타냅니다) 약 7.5배, PBR(주가순자산비율) 약 0.5배 수준은 같은 백화점 섹터 안에서도 가격 매력이 남아 있는 구간이라고 판단합니다. 게다가 지누수라는 수익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은 자회사 리스크가 역설적으로 '리레이팅 여지'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자회사가 실적을 드래그하는 동안에도 백화점 본업이 이만큼 나온다면, 개선됐을 때의 숫자가 기대됩니다.
신세계는 조금 더 공격적인 선택지입니다. 2026년 예상 영업이익 증가율 37%, 2027년까지 이어지는 성장 가시성은 매력적이지만 PER 약 15.8배는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된 가격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종목은 성장 스토리가 훼손되지 않는 한 보유하면 되지만, 신규 진입 타이밍은 까다롭습니다. 다만 신세계는 백화점에 면세점, 센트럴시티 부동산 수익, 고속버스 터미널 임대료까지 더해지는 구조라 본업 외 자회사들이 조용히 실적을 받쳐주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BGF리테일은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2026년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2.3% 증가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ROE(자기 자본이익률, 기업이 주주 자본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익을 내는지 나타내는 지표입니다)가 약 16%대로 백화점·마트 업체들과 비교해 월등합니다. 싸서 사는 종목이 아니라 꾸준히 돈 잘 버는 종목을 원할 때 어울리는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마트와 롯데쇼핑은 예상 이익 증가율만 보면 각각 77%, 34%로 눈에 띄지만, ROE가 2~2.5%에 불과합니다. 자본은 방대한데 그걸로 버는 돈이 적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3~5년 가치투자 관점이라면 이 ROE가 돌아서는 시점이 오히려 가장 큰 수익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 들어가기보단 턴어라운드 신호를 확인하고 진입하는 전략이 저는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외국인 관광객이 줄면 백화점 실적도 바로 꺾이나요?
A. 단기 충격은 있겠지만 내국인 소비가 함께 받쳐주고 있어서 즉각 붕괴하는 구조는 아닙니다. 2분기 기준 신세계의 내국인 매출 성장률도 22%였습니다. 외국인 변수만으로 유통주를 보면 리스크를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할 수 있습니다.
Q. 편의점 주식, 지금 사도 늦지 않았나요?
A. 제가 보기엔 백화점보다는 아직 초입 단계입니다. 외국인 매출 비중이 3%에서 4~5%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시장이 다시 주목할 가능성이 있고, 일본 백화점이 5%에서 15%로 올라가며 주가가 세 배 뛴 사례가 참고가 됩니다. 다만 이건 가능성이지 확정이 아니므로 비중 조절은 필요합니다.
Q. 이마트가 PBR 0.2배인데 그냥 싼 거 아닌가요?
A. PBR이 낮다는 건 자산 대비 주가가 싸다는 의미이지, 그 자산이 이익을 잘 내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ROE 2.5%짜리 자산 덩어리를 시장이 할인하는 건 합리적인 반응입니다. ROE가 5% 이상으로 회복되는 신호가 나왔을 때 진입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Q. 유통주는 주식 시장 전체 흐름과 같이 움직이나요?
A. 흥미롭게도 상당히 연동됩니다. 주가 잔고가 늘어나면 백화점 방문이 늘고, 시장이 흔들리면 지출이 줄어드는 심리적 효과가 실제 매출에 반영됩니다. 7월 코스피가 22% 빠졌을 때 유통주는 30~40% 더 빠진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연동성입니다. 코스피 방향을 보는 것과 유통주를 함께 보는 게 이래서 의미 있습니다.
신세계 본점 강의실이 뒷건물로 밀려난 그 장면이 저한테는 꽤 선명한 신호였습니다. 숫자 이전에 현장에서 뭔가 달라졌다는 걸 느꼈고, 데이터를 찾아보니 그 느낌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유통주는 여전히 고성장 섹터가 아닙니다. 다만 인바운드 소비라는 전에 없던 변수가 들어오면서 저성장 산업 안에서도 이익이 빠르게 개선되는 기업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백화점은 그 변화가 이미 진행 중이고, 편의점은 같은 경로의 초입에 있습니다. 지금 당장 무엇을 사야 하느냐보다, 어떤 기업이 이 흐름 안에서 실제 이익을 늘리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